겸손과 침묵  (토마스 머튼)


하느님, 당신은 우리에게 겸손을 사랑하라고 가르치셨지만 우리는 그것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다만 겸손의 외형, 사람을 매력적이고 매혹적으로 보이게 하는, 그런 겸손만 사랑하기를 배웠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조용히 겸손의 속성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자주 우리가 그것을 소유하고 있는 척하고 ‘겸손을 실천함’으로써 그러한 속성을 얻은 것처럼 행동합니다.


우리가 참으로 겸손하다면 우리가 얼마만큼 거짓말쟁이 인지 알 수 있으련만....,끊임없이 내가 거짓말쟁이고 사기꾼임을 나에게 보여주는, 그러한 겸손을 지닐 수 있도록 가르쳐 주소서. 내가 거짓말쟁이고 사기꾼이라 해도, 진리를 향해 노력하고, 할 수 있는 한, 진실해야 할 의무가 나에게 있음을 보여주는, 그런 겸손을 지닐 수 있도록 가르쳐 주소서. 나의 모든 진실이 반은 기만으로 물들어 있음을 어쩔 수 없이 알게 된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당신은 자비를 베푸실 때 얼마나 엄격하신지요. 우리가 진실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우리는 스스로의 허위성을 더 많이 발견하니까요. 당신의 빛이 우리를 가차 없이 절망에 이르게 한다면 그것은 자비입니까? 아닙니다. 당신은 나를 절망이 아니라, 겸손에 이르게 하십니다. 어떤 면에서 겸손이란, 매우 참담한 절망이기 때문입니다. 참된 겸손이란 내가 오로지 당신 안에만 희망을 두도록. 나 자신에 대해 절망함이기 때문입니다.  

침묵은 성화에 본질에 속합니다. 성인들이 지닌 힘은 다름 아닌 침묵과 희망 속에서 다져집니다.

내가 손을 대는 모든 것이 기도로 변하는 침묵의 선물과 가난과 고독을 추구해야겠습니다. 침묵과 고독 속에서는, 하느님이 전부시기에, 하늘도 나의 기도요, 새들도 나의 기도요, 나무들 사이로 부는 바람도 나의 기도입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것 안에 모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나는 정말로 가난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것이라면 무엇에나 지극히 만족해야 합니다.

나의 주 하느님,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나는 모릅니다. 내 앞에 펼쳐진 길을 보지 못합니다. 그 길이 어디서 끝날지도 확실 모릅니다. 나는 나 자신마저 진실로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내가 길을 잃고 죽음의 그늘에서 헤매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나는 언제나 당신을 신뢰합니다.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언제나 나와 함께 계시고, 나 혼자 위험에 대항하도록 나를 내버려 두지 않으실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침묵과 희망 안에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 노력합니다.